Daily Life/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제이의 차가웠던 호주 워킹홀리데이 이야기 - 제 3편 = 카불처 딸기 농장에서 완전 망테크를 타다.

JAE1994 2021. 6. 28. 2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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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쳐는 사실 아름다운 호주의 타운 (Town) 중 하나이다. 하지만 우리같은 워홀러에게 이곳이란...

 

안녕하세요. 저번에 브리즈번 시티에서 2주일 동안 발품을 팔며 용기를 내서 오지 식당, 오지 청소업체 등을 돌아다니며 잡(Job)을 구하다가 좌절하고, 갖고 왔던 생활비가 다 떨어져나가서 결국 전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옳은 선택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지만, 전 결국 한인 컨츄랙터와 연락을 하여 카불쳐 (Caboolture) 딸기 농장으로 가는 선택을 하고야 말았습니다.

제가 연락한 한인 컨츄랙터는 저에게 능력제 농장 (많이 수확하는 만큼 많이 돈 버는 구조) 라며 노력만 하면 돈을 하루에 최소 100불 이상은 벌 수 있다고 했고, 시즌 (본격적인 수확 시즌)이 되면 주에 천불도 넘게 벌 수 있다고 저에게 거짓말을 해댔습니다.

(컨츄랙터란 말그대로 농장주와  노동자 사이에서 해당 국적의 노동자를 구해주고 그 사이에서 수입을 챙기는 사람이고, 슈퍼 바이저로 농장일을 직접 관리 감독하기도 합니다.)

농장 생활. 겉으로 보면 어떻게 보면 낭만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양한 국적의 노동자들과 호주의 아름다운 대자연속에서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수확하고, 건강하고 땀흘리는 노동을 하고, 노력한 만큼 돈 버는, 그런 이미지를 사람들은 꿈꾸겠죠. 물론 그런 농장도 호주에 많습니다. 다만, 언어 문제가 있는 한국인이나 다른 외국인들은 그런 농장에 갈 기회를 얻기가 절대로 쉽지 않습니다.

 

 

* 끔찍하고 아름다웠던, 모순된 카불쳐 딸기농장 생활

카불쳐 딸기 농장에서 일할때 지냈던 모레이 필드 (Morayfield) 의 쉐어 하우스.
카불처에서 한인 컨트랙터와 연락을 하고 한인들끼리의 쉐어 하우스 생활을 하면서 딸기농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당연히 현실은 시궁창이었다.

 

결국 전 카불처 아래의 타운인 모레이필드 (Morayfield) 의 쉐어 하우스에서 거주하면서 딸기 농장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습니다. 뭐, 처음엔 나름 즐거웠습니다.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같이 일하는 재미가 있었고,

이 차갑고 잔혹한 한인과 연결된 농장들의 실상을 알기 전까지는, 여기서 일하는거 자체는 즐거웠습니다. 호주의 광활하고 끝없는 자연 속에서 맑고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일을 하는 것은 몸은 고됬지만 가치는 있었습니다.

처음엔 플랜팅(Planting) 이란 작업을 했습니다. 이 작업은 딸기의 모종을 가공된 밭에 하나 하나 씩 거리를 두며 심는 것이었고, 여러 명이서 딸기 모종을 들고 한 로(Law)에 들어가 딸기 모종을 알맞게 집어넣는 작업이었습니다.

이 작업은 매우 고되고 허리가 아팠습니다. 능력제였기 때문에 최대한 많은 봉지를 비워서 자기가 가장 많은 모종을 심었다는 것을 증명해야 했습니다. 따라서 모종 봉지를 들고 미친듯이 작업을 해야 했으며, 허리가 태생적으로 안좋은 사람들은 심한 통증에 시달리고, 호주의 뜨거운 태양볕 때문에 두통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것, 힘들다고 해도 적절한 보상이 있어야 했는데, 공교롭게도 한 봉지를 처리하는데 보통 30~40불을 주었는데 문제는 하루종일 빡세게 해도 미친듯이 빠르게 하는 사람이 아닌 이상 3봉지 정도가 대부분 한계였습니다.

그리고 하루하루 플랜팅을 하는 작업 구역이 정해져있었기 때문에 일이 빨리 끝나버려서 본인이 원하는 대로 일을 할 수가 없으며, 또한 농장일은 비닐 하우스가 없는 농장은 비가 오면 할 수 없기 때문에 일을 매일 하지도 못했습니다. 

따라서 일주일간 수입 없이 그냥 마냥 날씨가 좋아지길 기다리며 쉐어 하우스에 쳐박혀 노는 상황마저 발생했고, 저와 같이 생활했던 현명한 한국 친구들은 이 사태의 진실을 깨닫고 빨리 농장 생활을 탈출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왜 그때 제가 용기를 내지 못했는지 한이 남습니다.

 

호주 농장 풍경의 사진. 호주 시골의 공기가 워낙에 맑고 깨끗해서 무지개가 선명히 보였다.

 

전 현실을 자각하고 이 농장 생활을 탈출하고 싶었지만, 돈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결국 시즌때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이란 그들의 거짓말에 속아 계속 카불쳐에서 딸기 작업을 계속했습니다. 주에 200~400불을 벌며 겨우 최소적인 생활만 했죠. 그리고 픽업비, (차를 가진 사람에게 기름값을 지불하는 것) 를 내고 쉐어비를 내면 별로 남는게 없었죠.

결국 농장 노예가 된거죠. 처음엔 다양한 국적의 사람과 어울리는 것, 자연을 즐기는 것에 만족했지만 이제 그걸로도 이 현실이 괜찮다고 거짓말하는게 한계에 봉착했고, 제 워킹 홀리데이 초반이 완전히 꼬여버렸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리고 처음에 친해졌던 사람들은 다들 농장의 현실을 깨닫고 욕하면서 떠나기 시작하고, 늘 새로운 사람들이 또 그들의 거짓말에 속아 들어오고, 또 나가는 악순환이 계속되었습니다. 전 2017년 3월부터 8월까지 농장의 노예로 살았습니다.

간신히 간신히 마이너스만 피하고 최소한의 돈만 모았죠.

농장 노예 생활은 정말 할 가치가 없습니다. 앞으로 시즌 되면 돈 많이 번다. 참아라, 보상을 받는다고 

거짓말하는 컨트랙터의 말에 절대 속지 마세요,.

만약 앞으로 호주 워킹홀리데이를 가실 분이라면, 절대로 능력제로 돈을 주는 농장, 한인 컨트랙터가 있는 농장은 피하셔야 합니다. 이건 도박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농장일을 하고 싶다면, 오지인이 운영하는, 시급으로 주는 농장을 통해 직접 영어로 컨택해서 갑시다.

 

하지만 농장에 대해 제가 부정적으로 말했지만, 그만큼 좋은 농장도 많습니다.

정말로 농장일로 돈을 많이 벌고 싶거나 안정적인 수입을 얻고 싶다면,

오지인이 운영하는, 시급으로 주는 농장을 통해 직접 영어로 컨택해서 일자리를 얻읍시다.

 

그것을 위해서는 차가 필수구요.

 

그러니까 꼭 차를 사세요. 운전경험도 한국에서 좀 쌓으시고요.

그래야 자기가 원하는 곳에 갑질 안당하면서 좋은 농장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한계는 있습니다. 농장일 자체가 변수가 워낙 많고, 항상 일이 있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자연 환경의 영향을 받기 때문에 비가 오거나 날씨가 너무 안좋으면 일이 없고, 또한 농사가 망하기라도 하면 돈도 제대로 못받을 가능성도 큽니다. 또 오지 농장에 컨택했다 하더라도, 농장주의 성격이 어떠냐에 따라 또 노동 환경이나 보수 등 모든 것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전 농장일은 추천드리고 싶지 않습니다.

정말 자연을 너무 사랑하시는 분이 아니라면 말이지요.

아무튼, 전 초창기에 완전히 망했고, 고생한 거에 대해서 보상받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호주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외국인이 생각보다 얼마나 노예같은 비참한 대우를 받는지도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사람들하고 만나고 같이 놀았던 추억은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떤 일을 하든 사교적으로 사람들과 어울리고 놀면 다 추억이 된다.

 

이러한 현실을 뒤로 하고, 좋았던 순간도 있었습니다. 같이 이런 현실 속에서 다른 외국인들과 소통하며 농장 욕(?)도 하고,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서로 소울이 통해서 친해져서 같이 어울리고 이런 건 재밌었습니다.

전 특히 대만 친구들, 일본 친구들과 궁합이 잘 맞았고 가끔 유럽 친구들과도 어울리면서 서로 알아가는 것도 재미있었어요. 

결국, 남는 건 추억과 사람과의 관계 뿐이란 걸 깨달았지요. 농장일 자체는 최악이었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친분을 쌓은 경험은 저에게 참 좋았고 아름다웠어요.

농장일은 그래서 결론을 내리자면, 경험 삼아 한번 하기엔 좋은 것 같습니다. 다만, 돈벌려고 하면 성공할 사람보다 실패할 사람들이 훨씬 많을 겁니다.

차라리 그냥 자연과 어울리고 외국인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의 장(?) 을 경험하고 싶다면 잠깐 있기에 나쁘지 않을 것이다 생각으로 조금만 일하다가 가는게 최선입니다.

물론 운좋아서 진짜 괜찮은 농장 걸리거나, 자기가 손재주가 타고나서 귀신같이 일을 잘 한다거나 하면 어딜 가서든 돈 많이 벌고, 농장 가서 돈 많이 버는 한국인들도 분명 소수지만 있습니다.

하지만, 그건 극소수고, 대부분은 별로 돈을 못법니다. 그것을 기억하세요. 본인이 그 소수에 속할 자신이 있다면 농장에 가셔도 좋습니다.

 

* 그래서 결론은?

 

결론 : 농장 돈벌러 갈꺼면 차 사고 직접 호주인들과 만나서 컨택하고, 능력제보다 시급을 보장해주는 일로 해라. 사람 노예 취급하는 농장 가지 마라, 한국인 컨트랙터는 걸러라. 

추억을 쌓고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서로를 알아가며 어울리기에 괜찮지만 그걸 원하는게 아니라면 비추입니다.

다른 일에서도 얼마든지 그럴 기회는 있습니다.

 

전 결국 농장일의 현실을 깨닫고, 다시 브리즈번 시티가 아닌 이번엔

그 밑의 외곽 지역인 써니뱅크 (Sunnybank) 지역으로 들어가 다시 외국인 쉐어를 구하고, 공사현장 잡부 일을 하는 인도인 컨트랙터와  함께 건설현장 일을 하게 됩니다.

 

이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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