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ADHD/제이의 이야기

다시 약물 복용을 시작했습니다.

JAE1994 2021. 6. 5.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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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동안 ADHD 약물 복용을 중단하고 (거의 8개월간) 직장을 퇴사한 이후 많은 방황을 했었습니다.

2019년 ADHD 약물 치료를 시작한 이후, 블로그를 동시에 시작하고 여러 방면에서 노력을 많이 해왔었습니다.

약물 치료를 시작하면서 증상이 나아지기도 하고 도움이 되었긴 되었지만, 동시에 전 욕심이 컸었나봅니다.

약을 먹으면 제 자신이 어느 정도는 확실하게 변할 거라 믿었고, 제 능력이 다방면에서 향상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으며, 제 감정 상태는 늘 불안정했습니다.

(처리하기 곤란한 일에 처하면 공황상태에 접어드는 것, 여전히 동작성 지능을 요구하는 일의 숙달력이 너무 떨어지는 것, 감정 조절이 안되고 쉽게 분노하거나 슬퍼하는 것)

 

하지만 제가 처방했던 콘서타 72mm는 너무나 제게 독한 약이었고 조금씩 부작용에 시달렸지만

오로지 쎈 걸 먹을 수록 약효는 좋겠지. 이런 생각만을 생각하며 제 몸이 망가지는 걸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 제 자신이 노력한다고 해도, 자신을 제외한 주변은 변하지 않습니다.

한국의 정치 상황과 청년들의 절망은 한국 청년인 제가 ADHD 증상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도 소용이 없는 것들이었죠.

ADHD가 아닌 보통 사람들도 지금 희망을 잃고 죽어나가는 지금 이 한국의 상황에서, 전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나이는 먹어가고, 어릴 때부터 꿈꿨던

해외 이민에 대한 꿈은 멀어져만 가는 상황에 제가 하고 싶은 것은 거의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한국의 ADHD 치료는 전문성과 약물의 다양성도 떨어지는 것도 매우 절망스러웠다

 

거기다가 한국의 ADHD 치료는 전문성이 전체적으로 떨어지며 처방받을 수 있는 약물의 다양성도 떨어지는 것도 매우 절망스러웠습니다. 그저 미국이나 해외 선진국의 ADHD의 인식과 치료를 부러워하며 절망했습니다.

벌써 해외는 의료용 CBD를 합법화하며 많은 ADHD 환자들이 독한 콘서타나 애더럴을 먹지 않아도 부작용 없이 더 나은 ADHD 치료를 하고 있는 이 상황에, 한국은 아직도 '마약' 취급하면서 시대에 뒤떨어지게 반대만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제 나라인 한국에 대해서 무조건 나쁘게만 말하고 싶지 않지만, 한국이란 나라는 선진국 중에서는 ADHD 치료 측면에선 절망적인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었고, 다시 병원에 가 이번엔 콘서타 36mm를 처방받아 다시 약물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 속에서 제가 몇가지 중요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정리하자면,

 

1. 절대 부작용은 참지 마라, 부작용이 생긴다면 즉각 해당 병원의 원장과 상담해서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약을 바꾸거나 해서 몸에 가하는 데미지를 최대한 없애야 한다. 약을 먹어서 효과를 본다고 해도, 부작용이 심하다면 결국 언젠가 당신은 무너질 것이고 약을 먹느니만 못하다.

 

2. 약물에 너무 큰 기대를 하지 말고, 약을 먹는 건 그저 도움을 주는 것일 뿐, 모든 것을 바꾸는 주체는 자신이 되어야 한다.

 

3. 약을 먹을 경우에는 스트레스 관리가 매우 중요해진다. 부정적인 감정, 힘든 일이 있다면 어떻게든 스트레스 해소 수단을 찾고 적극적으로 그 방법을 써야 한다. 

 

4. 대인 관계에서 할말은 하고 살자, 만약 본인이 소심한 성격이라면, 약을 먹고 좀더 당당하게 행동하면 약을 먹는 행위에 보상이 되어 더욱더 도파민을 촉진할 것이다.

 

5. 약을 먹는다고 천재가 되는 것이 절대 아니다. 그러니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다, 라는 생각은 안하는게 좋다. 당신이 약을 먹는다고 대단한 사람이 되는 것은 절대 아니지만, 보통 사람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들은 아니니 평소에 비교하는 습관은 줄이도록 하자.

 

또한 약 용량을 콘서타를 36mm로 줄이니 부작용도 줄어들고 예전만큼 강한 각성은 없어도 괜찮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떻게든 센 효과만을 기대하며 72mm을 복용한 저의 실수도 있었습니다. 

약에 너무 큰 기대 말고, 남과 너무 비교하지 말고, 당당하게 할말 하고 살고,

무엇보다, 하고 싶은거 하면서 전략적으로 삶을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글을 보고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하시는 분들, 제가 글을 잘쓴다고 칭찬해주셨던 분들 모두 저에게 용기를 주셨습니다.

좀 오글거리는 표현이긴 하지만 전 제 안에 드리운 깊은 어둠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고, 다시 꿈을 찾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란 걸 느꼈고 그렇기에 모두 함께 힘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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