콰이어트 플레이스 : 첫째 날 (Quiet Place : Day One)
개봉 : 2024년 6월 26일
감독 : 마이클 사노스키
장르 : SF, 호러, 드라마
출연 : 루피타 뇽오(사미라 역), 알렉스 울프(루벤 역), 자이먼 혼수(앙리 역), 조셉 퀸(에릭 역)
콰이어트 플레이스는 어느덧 3편까지 나온 프랜차이즈 파워가 어느정도 있는 호러 영화 시리즈로, 소리에 반응하는 독특한 외계 생명체 설정 때문에 극중 인간 생존자들이 생존하기 위해 말을 하지 않고,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는 매우 조용한 분위기로 흘러가는 에일리언 아포칼립스 영화 전개의 독특함이 보이는 영화입니다.
생존 호러 영화의 특색을 살리면서도, 소리에 민감한 외계 생명체라는 특성을 살린 스릴 있는 전개는 에일리언 아포칼립스 호러 영화 중에서도 개성이 있어서 꽤나 많은 청중들이 호평을 했었는데요.
그래서 저도 이 영화 시리즈를 좋아했으며, 세번째 영화인 첫째 날도 주저 없이 극장에서 감상했습니다.
* 시놉시스 |
콰이어트 플레이스 : 첫째 날은 전작 1,2보다 이전의 시간대인, 인류가 데스 엔젤 외계인들의 습격을 받았던 첫째 날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프리퀄 작품이라 할 수 있죠.
주인공은 사미라라는 흑인 여성으로, 미국 뉴욕 시티에 사는 말기 암을 알고 있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 환자입니다. 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자신의 삶을 의미있게 보내려고 노력합니다.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 '프로도'와 함께 호스피스 병동에서 간호사 루벤과 함께 맨해튼 시로 가서 마리오네트 연극도 감상하고 좋은 시간을 보내려 노력하죠.
하지만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흉악한 외계 생명체인 '데스 엔젤' 들이 지구에 들이닥치고, 뉴욕은 순식간에 외계인들의 인류를 살육하는, 끔찍한 살육의 현장으로 변합니다.
사미라는 자신의 고양이 프로도를 안고 간호사 루벤과 함께 건물 안으로 피신합니다. 그 과정 속에서 인류는 데스 엔젤의 무지막지한 덩치와 신체 능력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생존자들은 처음에 이 괴물들이 소리에 민감하다는 걸 알 방법이 없기 때문에, 겁에 질려서 무참히 살해당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흐른 후, 미국 군대에서 '소리에 취약하니 소리를 내지 말아라, 우리가 안내하는 대로 이동해라.' 라는 방송을 흘려보내고, 뉴욕 시민 생존자들은 그 지침을 따르며 철저히 생존을 위해 조용히 숨고, 움직입니다.
하지만 그 난리 중에서도 사미라는 할렘가로 가서 피자를 먹고 싶다고 말하죠. 왜 이렇게 사미라가 데스 엔젤이 갑자기 찾아와 인류를 살육하는 이 종말의 공포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시내에 가서 피자를 먹는 것에 집착하는지 간호사 루벤은 의아해하죠.
삶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인 사미라는 이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남을까요? 그리고 인류는 정체불명의 외계 생명체가 지구를 침공한 이 날, 이 날에 인류는 외계인들에게 어떻게 저항했을까요?
* 영화 내용과 결말. (스포일러 주의!) |
사미라는 도중에 미군이 방송에서 공표하는 대로 생존을 위해 지침대로 대피하는 뉴욕 시민들과는 반대의 방향으로 괴물들을 피해 이동하고, 피자를 먹기 싶다는 마음을 굳히고 할렘가로 여정을 떠납니다. 그 과정에서 갑자기 한 남자를 만나게 되는데, 에릭이란 이름을 가진, 영국에서 로스쿨 과정을 마치기 위해 미국으로 온 젊은 청년을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에릭은 자신을 집으로 데려온 사미라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사미라와 진심어린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합니다 . 처음엔 사미라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에릭을 경계했지만 종말이 오는 세상 속에서 피자를 먹으러 할렘가로 가고 싶어하는, 보통 사람들이라면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하려 하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같이 그럼 피자 먹으러 가죠' 라고 말하는 에릭에게 마음을 열게 되고, 둘은 할렘가로 괴물들을 피해다니며 여정을 떠납니다.
이 과정 속에서 둘은 서로가 가진 아픔을 알게 됩니다. 사미라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이고, 에릭은 겉보기에는 건장한 백인 남성 청년으로 보였지만 사실 '공황장애' 를 앓고 있는 겁이 많은 청년이었죠.
에릭은 암환자이고 아픈 그녀의 통증을 덜어주기 위해 위해 진통제와 약을 가져다 주고, 사미라는 괴물에게 쫓기며 극도로 겁에 질리고, 공황장애에 처한 에릭에게 공황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용기를 주며 둘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며 괴물들에게 추적당하지만 어떻게든 운이 좋게 이겨내면서, 최후의 생존을 위해 뉴욕의 생존자들이 향하는 곳으로 향하게 됩니다.
영화의 후반부에 에릭과 사미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걷기로 다짐합니다. 사미라는 오래 살 수 없는 자신의 인생을 받아들이고 뉴욕 도시에 남는 것을 택합니다. 그래서 생존자 대열이 배를 타고 섬으로 떠나자, 에릭을 자신의 고양이 프로도와 함께 보내게 됩니다.
수영을 할 수 없다는 괴물들의 취약점을 알아내고 섬으로 향하려는 생존자들 대열에 합류해 에릭과 고양이 프로도는 간신히 생존하게 되고, 암환자였던 사미라는 그녀의 고양이 프로도를 에릭과 함께 보내고 혼자 뉴욕의 길거리를 음악을 들으며 거닐며, 음악을 들으며 고요한 쾌락을 만끽하다, 결국 최후에는 괴물에게 죽임을 당하는 선택을 하게 된다는 암시를 보여주며 영화는 끝납니다.
* 영화 리뷰 정리. |
영화는 좋은 부분과 나쁜 부분이 확실히 호불호가 갈립니다. 제가 좋았다고 느꼈던 부분은 전작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휴먼 드라마적인 부분이 이번작에선 더 강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인 사미라, 그리고 후반부의 주연인 에릭은 둘 다 강인한 사람이 아닌 사회의 약자 포지션에 있는 사람들입니다.
사미라는 시한부, 에릭은 겉보기엔 멀쩡해보여도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유약한 남성입니다.
물론 죽음이 코앞인 사미라에 비해 에릭이 처한 상황은 그나마 나아보일 수도 있지만, 매사 강한 모습과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남자에게 공황장애란 증상은 정말 사회적으로 치명적인 증상입니다.
그래서 이 두 유약한 캐릭터가 서로를 진심으로 돕고, 소통하며 좋은 친구가 되고 우정을 나누고, 서로 도우며 자신들만의 종착역으로 향하는 영화의 여정은 꽤나 아름다웠습니다. ]
시한부인 자신의 삶을 인정하고, 담담하게 뉴욕의 조용한 길거리를 거닐며 음악을 들으며 고요함의 즐거움을 느끼고, 결국 최후에는 괴물에게 죽임을 당하는 마무리를 선택한 담담한 사미라의 충격적인 선택도 나름 용감한 선택이었고 저에게 감명을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호러 영화, 에일리언 아포칼립스 영화로 본다면 솔직히 실망스럽습니다.
극적인 상황 속에서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잘 살아남는 고양이 프로도의 모습은 영화의 몰입도를 깨게 만듭니다. 인류를 멸망 직전까지 몰아붙인 거대한 적 데스 엔젤들은 이번 후속작에서는 이번엔 그렇게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합니다.
주변 인물들은 너무 쉽게 죽어나가는데 비해, 주연인 사미라와 에릭, 특히 고양이 프로도가 너무 잘 살아남는 연출로 인해 전작들에서 극찬받았던 '긴장감'은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전 솔직히 이번 작품에서는 사미라와 에릭의 감동찬 휴먼 드라마보다는 '데스 엔젤' 이란 이 존재들에 대해 좀 더 집중하길 바랬습니다. 왜 인류가 이들에게 멸종했는지, 이들이 어떤 식으로 인류를 궁지로 몰아가는지, 좀 더 블록버스터스럽고, 긴박감 있는 전개를 보고 싶었습니다. 미군이 이들과 싸우는 모습이라든지, 이런 액션 장면들도 있었으면 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영화는 그걸 보여주진 않습니다. 그렇다면 외계인과 인류의 싸움 대신, 그래도 처절한 인류가 첫번째 날에 데스 엔젤로부터 살아남기 위해 발악하는 생존기를 보여주었느냐? 그것도 아니었습니다. 이 영화는 주변 인물들이 많이 등장하지 않고, 뉴욕 시민들의 생존기 자체에 집중하진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소수의 캐릭터에만 집중 조명합니다.
개인적으로 못 볼 영화는 아니지만, 콰이어트 플레이스의 후속작으로썬 좋은 점수를 주긴 어려운 영화입니다.
전작들은 적절히 휴먼 드라마가 느껴지는 장면들도 적절히 보여주면서, 동시의 데스 엔젤들의 공포감과 긴장감도 좋았던 전개를 보여줬던 영화란 걸 생각해보면, 이번 작품은 정말 아쉽습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