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헤일로 드라마 에피소드 5화 감상 리뷰 - 액션은 좋았지만, 헤일로 라는 네임밸류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했다는 것을 보여준 에피소드였다.
헤일로 (Halo)
방영 플랫폼 : 파라마운트 픽쳐스 (Paramount Pictures)
방영 날짜 : 2022년 3월 22일
제가 헤일로 드라마 에피소드 시청 후기글을 작성하면서 이 드라마 자체를 상당히 많은 비판을 했었고 정말 실망했다고 늘 강조했지만, 그래도 어쨌든 헤일로 유저로써 드라마는 계속 시청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비판할 예정입니다. 물론 비판만 한다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좋은 점이 있다면 그것도 객관적으로 적고 평가할 줄 알아야겠죠.
그런 객관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번 헤일로 드라마 에피소드5는 나름 괜찮고 킬링타임용으로 좋은 '액션' 요소가 나름 볼만했습니다. 물론 헤일로 팬으로써 본다면 이 장면조차 너무 어이가 없는 장면이 많지만, 시청자로써 평가할때 눈이 즐거운 요소가 있어서 그런 점에선 좋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또한 이번 5화에서 이 헤일로 드라마 제작진이 어떤 방향으로 헤일로 드라마 스토리를 이끌어나갈려고 하는지, 그 의중을 제대로 제가 파악할 수 있었고, 그들이 제작할려는 헤일로 드라마의 스토리 방향을 대충 눈치챘을 때, 이 드라마가 대중으로부터 호평을 받든 안받든 그 여부에 상관없이, 이 드라마는 헤일로의 네임밸류 가치를 완전히 상실했다. 라는 느낌을 강력하게 받았습니다.
이번 에피소드는 마스터 치프가 선조의 시설과 접촉하여 위치를 찾아낸 선조의 유물을 발굴하기 위해 헬시 박사와 UNSC 병력들이 포함된 연구 탐사대가 마스터 치프의 고향 행성인 에리다누스-II 행성에서 발굴 작업을 수행하는 이야기를 다룹니다.
이 과정에서 이 헤일로 드라마 제작진이 진행하려는 헤일로 스토리의 방향성을 잘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마스터 치프의 행적을 몰래 지켜보며 마스터 치프처럼 원래 스파르탄들의 신체에 삼입되어 있던 감정 조절 장치인 (원작 설정에서는 없는 설정입니다.) 호르몬 펠릿을 제거한 스파르탄 카이는 본연의 인간성을 되찾고 동료 스파르탄 바낙에게 질문을 던지며 그를 떠보기도 하며, 과학 연구 장교인 키예스 대령의 딸 미란다 키예스와도 친밀한 관계를 보이는 모습을 보이며 그녀가 자신의 정체성과 인간성을 확립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드라마 제작진은 아마 스파르탄이라는 헤일로 시리즈 강화인간의 '인간성'을 재정의하고 그들이 그것을 찾아가려는 이야기를 드라마 속에 꼭 넣고 싶어했던 것 같습니다.
신체가 개조되거나, 혹은 만들어진 인공 강화인간이나 인공인간이 인간성을 되찾는다는 이야기는 이젠 그렇게 희귀한 소재는 아니고, 이미 원작에서는 스파르탄-II나 스파르탄-III 모두 이러한 설정이 없었는데 왜 굳이 이런 설정과 스토리 라인을 강조하려는지 모르겠습니다.
헤일로 시리즈는 이러한 방향성으로 전개되는 스토리가 아니었는데 말이조.
충격적이게도 드라마에서의 마스터 치프는 완전히 본연의 캐릭터성을 이번 에피소드에서 상실하고 말았습니다.
선조의 유물을 통해 헬시 박사가 자신을 납치하고 기억을 조작해 스파르탄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헬시 박사에게 달려드는 장면이 나옵니다.
문제는 마스터 치프가 이렇게 감정적이고 공격적인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 기존의 마스터 치프란 캐릭터에 전혀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배역을 맡은 파블로 슈라이버의 외모는 마스터 치프의 이미지에 별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원작에서의 마스터 치프는 본인이 납치되었고 비인간적인 양성 과정을 거쳐 스파르탄이 되었지만 본인의 의지로 그것을 받아들입니다. 또한 감정과 본인의 생각 또한 당연히 있지만, 그것보다 인류를 구원하고 이타적인 행동을 보이는 것에 집중하고, 군인으로써 해야할 일에 충실한 전형적인 과묵한 상남자 캐릭터였습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완전히 얼굴을 드러내어 그 신비감과 간지가 깨져버린 것도 화가 나는 사실이지만, 자신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헬시 박사에게 달려들어 공격성을 드러내는 장면은 그가 가진 충실한 군인, 과묵한 상남자 이미지를 깨버리게 만듭니다.또한 마스터 치프 역을 맡은 파블로 슈라이버는 기존의 마스터 치프의 냉철한 이미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페이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냥 뭐 이건..총체적 난국입니다.
만약 드라마 제작진들의 의도가 정치적 올바름을 이루기 위해서 기존의 헤일로 팬들이 좋아하던 마스터 치프, 즉 무적의 과묵한 상남자 캐릭터를 부숴버리는 것이 목적이라면, 그들은 잘 해냈습니다.
드라마에서 또 다른 시점으로 마드리갈 반란군 장군의 딸 콴 하와 전직 스파르탄 소렌의 이야기를 보여주지만 그들의 이야기는 매력적이지 못합니다.
다른 일각에서 펼쳐지는 콴 하와 전직 스파르탄 소렌의 이야기는 헤일로 시리즈라는 느낌보다는 만달로리안 같은 다른 SF 작품같은 느낌입니다. 문제는 둘의 관계나 설정, 그들이 만들어가는 장면들이 전혀 헤일로 시리즈의 매력을 보여주지 못해서 몰입이 힘듭니다.
원작과는 완전히 다른 캐릭터성을 보여주는 흑인 키예스 부녀. 이 둘 캐릭터의 문제 또한 드라마에서 눈에 띕니다. 원작의 캐릭터성에 완전히 엇나갈 뿐만 아니라 이들이 보여주는 캐릭터도 별로 매력적이지 않습니다.
냉철한 군인이자 엄청난 리더쉽을 보여줬던 원작의 키예스의 매력은 온데간데 없이 감정이 불안정한 흑인 아저씨 이미지가 더 강해진 키예스는 전혀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고, 엄청난 용기와 강한 여성의 이미지를 잘 보여줬던 원작의 미란다 키예스는 그냥 드라마에서는 흑인 여성의 지적인 이미지를 만들겠답시고 온순한 흑인 과학장교가 되었습니다.
스토리가 전개되고 스파르탄 카이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고, 마스터 치프와 헬시 박사의 갈등 이후, 그나마 이번 에피소드에서 헤일로 드라마 중 가장 훌륭한 장면들이 나왔습니다. 중규모 스케일의 화려한 UNSC vs 코버넌트 전투씬이 나와서 이 장면은 나름 훌륭했습니다. UNSC 함선 파이오니어가 코버넌트 함대에 대파되고,
코버넌트 병력들이 급강하하여 UNSC 지상 병력과 교전을 펼치는 장면은 그 전의 허접한 CG가 아닌 고품질의 CG 효과로 구현되어 눈이 즐겁습니다.
헤일로 시리즈이 군용 차량인 워트호그를 뛰어넘는 초고속 속도로 달리는 스파르탄의 달리기 씬이나 마스터 치프의 액션 장면은 멋있었지만, 하지만 그 감동도 잠시, 호르몬 펠릿이 제거되자 PTSD 증상에 무기력하게 나동그라지는 스파르탄 카이의 모습으로 이 드라마는 다시 이해할 수 없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스파르탄 카이는 전투 중 갑자기 UNSC 병사들이 자신의 옆에서 잔인하게 죽어나가는 걸 보고 갑자기 정신적 충격에 휩싸여 무기력해집니다. 일종의 기계 장치가 없으면 무기력한 군인으로 묘사하여 기존의 강화 인간이 아닌 '개조 인간' 같은 느낌을 보여줬다는 겁니다.
치프 또한 완전히 망가집니다. 분노조절장애에 걸린듯한 자신의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포효하는 모습을 보이는 마스터 치프는 이 드라마를 코미디물로 보이게 만들 정도입니다.
이 파블로 슈라이버가 연기한 스파르탄이 마스터 치프가 아니었다면 큰 문제가 없었을테지만, 기존 게임 팬들이 좋아하는 신비감은 완전히 부서진 이런 마스터 치프의 모습을 드라마에서 본다는 것은 원작 팬으로써는 아쉬운 부분입니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마스터 치프를 이렇게 표현하는 것이 그도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뭐가 문제인가? 라고 의의를 제기할 수도 있겠지만, 이 드라마는 정도가 지나칩니다.
마지막에 아트리옥스(Artrox)라는 브루트가 드라마에선 코버넌트의 전사로 등장하며 마스터 치프를 막고 선조의 유물을 회수하고, 축복받은 자(Blessed One)가 마스터 치프와 조우하며 이번 에피소드 5화는 마무리가 됩니다. 참 기존의 흥미로운 설정도 제대로 활용 못하고 스토리고 기대가 안됩니다.
뭐, 이제 이 드라마가 원작과 완전히 다르고 B급 정서로 나아가는 드라마라는 것을 인정하고 그냥 킬링타임용으로 봐야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헤일로 드라마로써는 완전히 이 드라마는 가치를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