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 리뷰 - 인간과 문어의 경이로운 교감.
나의 문어 선생님 (My Octopus Teacher, 2020) NETFLIX
공개일 : 2020년 9월 4일
감독 : 피파 에리치, 제임스 리드
장르 : 다큐멘터리
출연 : 크레이그 포스터, 톰 포스터, 문어
문어는 연체동물 중에서 가장 높은 지능을 가지고 있고, 현재도 연구가 완전히 끝났다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잠재력이 있는 신기한 해양 생물입니다. 흔히 한국에서는 그 문어가 가진 놀라운 면들이 부각되지 않은게 사실이죠.
한국인들은 주로 맛있는 고급 음식으로 많이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지만(..) , 해외에서는 인간과 교감하고, 서로 관계까지 쌓을 수 있는 그 놀라운 지능과 단기 기억, 장기 기억력 때문에 문어를 식용으로 잡는 것을 반대하는 운동까지 생겼을 정도입니다.
물론 문어 특유의 무척추 해양 생물이 가지는 생김새 때문에 징그럽다고 생각하고 호감을 쉽게 가지지 못하는 사람도 많습니다만,
이 다큐멘터리 영화를 본다면 그 생각이 달라지실 겁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같은 전문 프로 채널에서 고급 인력들이 모여서 촬영한 다큐멘터리가 아닙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박물학자 크레이그 포스터가 우연히 문어라는 생물에 매료되어 잠수복도 산소탱크도 없이 1년 동안 잠수하며 문어를 개인적으로 연구하며 신뢰와 관심을 얻은 한 남자의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개인의 아름다운 탐구 과정이 그대로 담겨진 진실한 다큐멘터리 영화라서 더 큰 가치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큐멘터리 감독이자 박물학자로써 아프리카를 누볐던 중년의 백인 남성 크레이그 포스터는 본인의 삶에 상당히 지쳐있었다고 하고 몇달간 잠도 자지 못하며 정신적으로 불안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서양 해협에서 우연치 않게 문어라는 생물체를 프리다이빙 중 만나게 되면서 그의 놀라운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문어라는 생물체에 순전한 호기심을 가진 개인적인 한 남자가 문어를 만나기 위해 물 속에 뛰어들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인 것입니다.
이 다큐멘터리 영화는 다큐멘터리이지만 다큐멘터리 특유의 상투적 느낌 없이, 동시에 한 남자의 개인적인 스토리와 그 남자가 문어와 교감하면서 녹화한 비디오를 다이렉트하게 보여주면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의 몰입도를 이끈다.
영화는 크레이그 포스터의 인터뷰와 그가 프리다이빙을 하며 바다를 탐험하고 문어와 만나고, 문어와 교감하고, 문어의 생태를 개인적으로 연구하고 보여주는 장면으로 시원시원하게 전개가 됩니다.
그가 프리 다이빙을 하며 문어와 소통한 기간은 무려 1년 가까이 되는데, 그 과정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이 다큐멘터리 영화가 한 사람의 굉장한 노력이 들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즉, 정성이 보여지는 작품이죠.
다큐멘터리 영화답게 문어란 생물체에 대한 정보를 상당히 많이 알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문어란 생물체의 여러 정보를 얻게 되는 것도 충분한 이익이 되지만, 가장 훌륭하고 이 영화에서 가장 가치있는 건 주인공과 문어가 서로 교감하는 아름다운 장면입니다.
이 신비한 해양 생물체가 한 인간과 가까워지고, 서로 신체를 부딪히면서 교감하고 말이 통하지 않지만 육감만으로 서로 가까워지는 과정은, 정말로 경이로운 자연의 순간이 아닐까 싶다.
문어는 아주 처음엔 크레이그를 경계하지만, 하루도 빠지지 않고 프리다이빙을 하며 문어를 만나기 위해 찾아오는 크레이그에 대한 경계심을 차차 풀고, 그와 친해지게 됩니다.
높은 지능을 가진 동물답게 그를 기억하고, 그와 친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낀 문어는 그에게 마음을 열고 서로 몸을 부딪히며 교감하게 됩니다.
문어와의 교감을 통해 본인의 삶도 달라졌다고 얘기하는 크레이그. 그는 그 경험이 자신의 인생에서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문어와의 교감을 통해 자신이 아닌 타인의 삶에도 신경을 쓸 수 있게 됬다고 고백하는 그의 말에서 정말로 문어와의 소통에서 그가 많은 것들을 깨달았음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 영화의 결말 (스포일러 주의!) |
당연히 생태계의 법칙, 먹이 사슬의 법칙에 따라 이 암컷 문어는 산란기를 거친 후 몸이 약해져 그대로 죽어가고, 최후엔 파자마 상어에게 사냥당해 죽습니다. 문어와의 오랜 정을 쌓은 크레이그가 그 문어를 구해줄 수도 있었지만, 생태계 교란을 벌이지 않기 위해 그는 결국 이 문어의 죽음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가슴이 아프지만, 개인적 욕망으로 인해 한 생물체가 자연의 법칙에 의해서 사냥당하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인간이 개입하게 되면 생태계에 혼란이 올 수 있기에, 물론 저는 이 영화를 보면서 크레이그가 문어를 도와주길 바랬습니다. 하지만 그의 선택을 존중하고 생태계 혼란 문제도 있으니 결국 이 선택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애초에 문어는 특성 상 오래 살기 힘든 생물입니다. 50만 마리의 새끼 중에 살아남는건 극소수라고 하고, 애초에 문어는 태어날 때부터 혼자서 고독히 생존을 위해 살아가야하는 힘든 삶을 사는 기적의 생물이죠. 암컷 문어는 산란을 거치면 그 후 몸이 매우 약해져 죽음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생물이기도 하구요.
아무튼 그러한 놀라운 경험을 거친 박물학자 크레이그는 그 놀라운 경험을 회상하면서 지금도 자기 자식인 톰과 함께 바다를 거닐며 문어들과의 교감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 영화 평가. |
동물 다큐멘터리가 가진 디테일한 특징과 아름다운 감성적인 면이 잘 합쳐진 경이로운 다큐멘터리 영화로, 호불호와 관계없이 꼭 볼 것을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문어의 삶을 관찰하는 데 필요한 거리만 유지하고 문어와 적극적으로 소통하지 않으며 문어의 일부가 되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그의 내레이션에서 알 수 있습니다. 그 생물이 그의 손 위로 뛰어올라 그의 가슴 위에 안고, 가슴에 안기고, 따뜻함을 받아들이고 쓰다듬는 장면들이 있습니다. 이 영화는 다큐멘터리에 대한 개인적인 접근이 매우 강력하다고 느껴집니다.
이 영화는 영화 제작자가 내레이션과 비디오로 기록한 문어의 표준적인 삶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이미지들은 매우 아름답고, 개인적인 스토리입니다. 시청자는 이 놀라운 생물의 삶에 매료될 것입니다.
매우 좋은 영화입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10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