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의 SF 영화 어라이즈 (Risen 2021) 리뷰 - 답답하고 전체적으로 별로다, 하지만 SF 매니아라면 맘에 드는 점이 한가지 있는 영화.
어라이즈 (Risen, 2021)
공개일 : 2021년 8월 20일
감독 : 에디 라이아
장르 : SF
출연 : 나탈리 로즈(너렐 잭슨 역), 니콜 샬모(로렌 스톤 역)
2021년 8월에 개봉한 이 유명하지 않은 저예산 소규모 SF 영화 작품, 어라이즈(영제는 Risen)란 영화는 나름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훌륭하고 잘 만들어진 영화는 아닙니다. 영화를 보면서 여러 단점이 많고 별로 재미도 느끼지 못했습니다. 저의 느낌도 그렇고, 대중적인 평가도 안좋습니다. 개인적으로 봤을때 SF란 장르를 특별히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할 수 없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게, SF 매니아라면 한번쯤은 볼만한 높게 쳐줄만한 구석이 하나 있다고 느꼈는데, 어떤 점에서 이 영화에 깊은 인상을 받았는지 리뷰에서 써내려가보도록 하겠습니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 북부의 작은 시골 마을에 운석이 떨어져 충돌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그 운석 주위에서 유독한 가스가 떨어져 마을 근처의 주민들을 모두 몰살시키는 끔찍한 사고가 일어납니다.
영화의 첫 장면에 나오는 평범하고 소박하게 사는 백인 가족은 유독 가스에 노출되자마자 피를 토하며 죽는 비참한 최후를 맞이하게 되죠.
이 가족 중 한 명의 소녀가 미지의 외계인이 다가오는 듯한 공포감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숨는 장면으로 이 영화의 인트로가 끝납니다.
미지의 외계 행성 젠(ZEN)을 발견하고 평소 외계인에 대한 존재를 설파했던 걸로 유명했지만 미친 과학자 취급을 받으며 조용히 잊혀진 민간 여성 과학자 로렌 스톤(Lauren Stone)이 이 영화의 주인공입니다
로렌은 영화의 첫 장면에서 잠깐 나오는 묘사로 보면 과거의 사건으로 일종의 트라우마가 생긴 후 조용히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하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미국 펜실베니아 주 북부 마을에서 정체불명의 운석 충돌 사건이 터지고 이 사건의 전말이 내부 요인이 아닌, 지구 바깥의 외부 요인, 즉 외계 물질 등 외계의 것으로 여겨지는 요인들이 여럿이 발견되자, 미 국방부는 저명한 과학자이자 외계인을 연구했던 로렌 스톤과 다른 저명한 과학자들을 불러들이게 됩니다.
이 심각한 사건이 제대로 터져서 지구 전체를 위협하는 사건으로 그 여파가 커지기 전에 사건의 전말을 조사하고, 외계인이 이 소동을 벌인 것인지 밝혀내기 위해 주인공 로렌은 두려운 마음을 무릅쓰고 그곳으로 파견을 가게 되죠.
운석이 떨어졌던 그 장소로 향하는 로렌과 그녀의 동료. 노출되면 즉각 피를 토하고 즉사하는 유독성 가스 물질이 곳곳에 남은 탓에 전신에 보호복을 두르고 미군과 함께 협력하여 그곳을 조사하기 시작합니다. 근데, 그녀의 시선을 끈 정체불명의 작은 물질을 하나 발견하게 됩니다
붉은 색의 새싹으로 보이는 정체불명의 외계 식물을 발견하는 로렌. 이상하게도 이 영화에서 로렌이 그 식물을 관찰할 때 땅바닥에 엎여저서 그 식물과 교감하는 듯한 장면이 나오는데, 이게 무슨 의미일까요? 호기심에 가득한 과학자가 식물을 발견한 것이 아닌, 마치 무기력감에 쓰러져 그 식물에게 홀린 듯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신비스러운 떡밥을 남기죠. 그 후 러시아의 작은 도시 첼랴빈스크에도 비슷한 사건이 있었다는 것을 알아낸 로렌은 본격적으로 사건의 실마리에 다가가기 시작합니다.
그 후 충격적인 일이 일어나게 됩니다. 사건 당시 사망했던 일부 마을 주민들의 시체가 외계의 물질이 신체에 작용하여 신체가 다시 깨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를 관찰하는 미군과 과학자들은 충격에 빠지게 됩니다. 하지만 죽은 사람이 다시 온전히 산 사람으로 깨어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외계 물질이 신체 내부에 작용하여 살아난 것처럼 보이지만, 여기서 살아난 마을 사람들은 전혀 산 사람으로 볼 수 없을 만큼 아무런 움직임조차 보이지 않았으며 신진대사도 전혀 하지 않고, 두뇌도 활성화되지 않았습니다. 단지 고정된 자세로 어느 한 곳만 쳐다보고 있을 뿐이었습니다.
이런 소름끼치고 신비한 현상에 모두가 충격에 빠졌을 뿐이었죠.
설상가상으로 그 신비한 외계의 붉은 새싹이 있던 자리에는 엄청나게 거대하고 경이로운 외계 물질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로렌 스톤을 비롯한 미군 대원들과 과학자들의 아이디어로 되살아난 마을 사람들 중 한명을 그 외계 물질로 데려다놓으면 신체가 반응하고 이 정체불명의 외계 사건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추론을 하죠.
따라서 그 마을 사람들 중 한명을 정체불명의 거대한 외계 물질 앞으로 가져다 놓자 놀라운 일이 일어납니다. 외계 물질과 교감하게 된 마을 사람의 시체가 본격적으로 깨어나고 사람처럼 움직이고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외계인이 그 마을 사람의 신체를 빌려 주인공인 로렌과 인간의 말로 그녀와 소통하고, 자신들은 자신들의 행성이 완전히 자신들이 살 수 없는 환경으로 변해 버렸고, 지구에 새로 살기 위해 왔다며 자신들의 정체를 밝히기 시작합니다.
그 후 영화의 분위기는 갑자기 엄청난 절망으로 치닫습니다. 미군이 그 외계 물질을 파괴하고 분석하기 위해 파편을 채취할려고 하자, 로렌과 옆에 같이 소통하고 있던 외계인이 갑자기 인간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을 드러내고, 이 지구를 차지할 것이라는 암시를 던지는 말을 하면서 인간을 본격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 인간의 신체를 빌린 외계인의 정체와 이 외계 물질의 정체도 전혀 모르지만, 외계인의 능력은 엄청 강력했습니다. 정신 감응 능력 비슷한 능력을 사용하여 그곳의 미군 병사들을 모조리 조종하여 서로 몰살시키게 만드는 소름끼치는 능력을 선보이고, 외계인이 본격적으로 지구를 멸망시킬 것임을 암시하는 공포스러운 분위기가 영화에 조성됩니다.
과연, 이 외계인들의 정체는 무엇이며, 누가 이 외계인들을 불러냈고, 인류는 어떻게 이 위기에 대처할 것이며, 이 영화의 전개는 어떻게 흘러갈까요?
* 영화의 결말 (스포일러 주의!) |
반전이라면 반전이랄까. 외계 생물은 로렌에게 진실을 알려줍니다. 사실 주인공 로렌은 고위 군 소속 관계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미국 51구역에 방문한 적이 있으며, 그 곳에서 외계 생물체와 접촉하여 신체의 DNA 일부가 변형되어, 외계인들과 상호작용, 소통을 할 수 있게 되고 엄청난 지능을 얻게 되어 어릴 적부터 외계인과 교신하여 '수퍼노바94' 라는 코드명으로 지구의 위치를 알려준 어마어마한 행적을 벌였던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설명이 됩니다. 조용히 은둔형 외톨이 생활을 평생 해왔고, 지나치게 말이 없는 성격을 가지고 있고, 아버지와의 관계도 서먹한 로렌 스톤은 사실 외계 생물체와 접촉하여 천재적인 지능을 가지게 되었지만 결국 이것 때문에 어머니가 그녀를 증오하게 되고, 가정에 불화가 생기면서 로렌은 결국 반사회적인 사람이 되는데, 그것 때문에 더욱 외계인의 존재에 집착하게 되었고, 결국 모든 것은 외계인의 의도대로 그녀가 외계인의 지구 정복의 시작을 제공한 것입니다.
외계 생물이 그녀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그녀는 오열합니다. 자신이 이 모든 일의 화근이자 비극의 제공자였다는 것에 비애를 느껴서 오열한 것일까요? 아니면 드디어 자신의 정체성을 찾았고 꿈에 그리던 외계 생명체를 동료로써 만났다는 기쁨에 기뻐서 오열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외계인들의 지구 침공을 본격적으로 암시하고, 인류 멸망이 시작되면서 영화는 끝이 납니다.
* 영화 평가. |
SF 매니아로써 정말 아쉽습니다. 본 영화는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습니다. 지나치게 늘어지고 답답한 전개를 줄이고, 주인공 로렌의 비중을 줄이고 외계인 그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었다면 괜찮은 영화가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답답하고 절망스러운 영화의 분위기, 외계인의 독창적인 컨셉은 SF영화 중에서도 매우 흥미로운 편이었기 떄문입니다.
외계인의 존재나 외형을 이 영화에서 대놓고 드러내진 않지만, 외계인에 대한 공포감 조성은 매우 이 영화에서 잘 되었습니다. 인간을 매개체로 삼아 인간의 언어로 소통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은 지능을 가진 고등 생명체에다가 인간보다 더 큰 크기에, 날개가 있고 신비하고 공포스러운 모습을 한 외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을 신체와 지능을 사전에 분석하고 인간의 환경과 능력을 이용하고, 인간을 즉사시키는 독가스를 사전에 살포하고, 정신 감응 능력으로 인간을 조종하기까지 하는 등 작중에서 이 외계인은 공포스럽고 강력하게 묘사가 됩니다. 그렇게 고지능 생명체라는 암시를 던지면서도 외계 함선이나 무기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그냥 원시적인 생물체처럼 묘사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으로 봐줄만 합니다.
외계인에 대한 공포감 조성, 신비스러운 분위기, 예술적인 사운드 등 SF 매니아라면 괜찮게 느낄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이 너무 치명적입니다. 주인공 로렌이 어떤 캐릭터인지 매력을 느끼기도 힘든데, 그녀의 자아를 표현하는데 영화 분량을 지나치게 할애했다는 점, 그리고 DNA가 변형되었다지만 명백히 인간으로써 외계인에 적대감을 가져야하고 박사의 본분을 다해야할 로렌이 지나치게 무력하고 감정의 동요가 없다는 점, 외계인에 대한 대응 방식을 인류가 너무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한다는 점 등 작중에 허술하고 지루한 파트가 너무 많습니다.
SF 매니아라면 매력을 느낄 부분이 있지만, 일반 관객들에겐 추천하기는 힘든 영화입니다.
제 점수는 10점 만점에 5점입니다.